지난달 말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군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사태. 처음엔 거센 비난 여론이 쏟아졌지만, 최근 들어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건의 당사자였던 광주일고에 이어 5·18 관련 단체들까지 나서서 선처를 요청하고 나선 건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반전이 일어났는지, 사건의 전말부터 최신 상황까지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대체 무슨 구호였길래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였습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는데요. 이는 당시 논란이 됐던 스타벅스 코리아의 특정 마케팅 이벤트를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순식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 출전정지와 청룡기 잔여 경기 몰수패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선수들의 항변, “정말 몰랐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나옵니다. 최근 공개된 선수단 경위서를 보면, 학생 선수 36명 대부분이 해당 구호가 5·18과 연결된 표현인 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냥 스타벅스 이벤트만 떠올리고 따라 외쳤다는 취지였는데요.
그런데 동시에, 일부 선수는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채고 동료를 말렸다는 증언도 확인됐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보태자면, 몰랐다고 해서 상처를 준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를 성인 잣대로 똑같이 재단해도 되는지는 한번쯤 짚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발 빠른 사과, 마음을 움직이다
논란이 커지자 배재고는 곧바로 수습에 나섰습니다.
지난 6일, 선수단 36명 전원과 교직원·학부모까지 포함해 80여 명이 직접 광주까지 내려가 광주일고에 사과문을 전달했고,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이런 진정성 있는 행보가 통했는지, 광주일고 측이 먼저 선처를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9일에는 5·18민주화운동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그리고 5·18기념재단까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들에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출전 기회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 단체는 실수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시민의 자세이며, 5·18 정신의 본질은 ‘배제’가 아니라 ‘포용’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재심 결과, 언제쯤 나올까
배재고는 지난 8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정식으로 징계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협회 규정상 재심은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두 달 정도 걸릴 전망입니다.
만약 징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3학년 선수들은 사실상 올해 남은 대회에 나설 기회를 완전히 놓치게 됩니다.
특히 마지막 학년으로서 대회 하나하나가 절실한 3학년 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두 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가 남긴 숙제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눈길을 끕니다.
최근 1년간 학교 현장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접했다는 교사가 응답자의 무려 90%에 가까웠다고 하는데요.
이번 사건 하나를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학생들에게 역사와 인권을 어떻게 제대로 가르칠 것인지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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