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 입에서 그 단어가 나왔을 때,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 교사의 인터뷰를 보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과학 시간에 중력을 설명하는데, 아이들이 떨어지는 물체를 보며 낄낄대며 어떤 단어를 외쳤다는 겁니다.

알고 보니 그 단어는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을 조롱하는 은어였습니다.

선생님은 그 말이 왜 문제인지도 모른 채 웃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아찔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건의 시작: 야구장에서 벌어진 일

이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한 고교야구대회였습니다.

서울의 한 고교 야구부가 경기 중 상대 학교를 향해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뉘앙스의 응원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고, 이 장면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순식간에 논란이 됐습니다.

결국 해당 학교는 상대 학교를 직접 찾아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교원단체가 “이게 과연 그 학생들만의 문제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전국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돌렸고, 그 결과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숫자로 본 충격적인 실태

전국 초·중·고 교사 1,100여 명 중 89.3%가 최근 1년 사이 교실에서 혐오나 차별, 역사를 왜곡하는 표현을 직접 보거나 전해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열 명 중 아홉 명꼴입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정치인이나 역사적 인물의 죽음을 조롱하는 표현이었고, 온라인 게임 닉네임에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사례도 다수 보고됐습니다.

여성이나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 발언, 세대와 직업을 깎아내리는 말, 역사적 비극을 희화화하는 표현도 뒤를 이었습니다.

그 말, 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더 흥미로운 건 학생 1,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였습니다.

이런 표현을 접한 경로 1위는 유튜브였고,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뒤를 바짝 쫓았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상한 말을 배워오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속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콘텐츠를 그대로 흡수해 교실로 가져오는 셈입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 상당수는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닌가?”라는 감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만 지적했다가 “너 좀 예민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혹은 별거 아닌 일로 넘겨질까 봐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답한 비율이 40%가 넘었습니다.

부모라면 꼭 알아야 할 대응법

전문가들은 무조건 “그런 말 쓰지 마”라는 금지 명령보다, 왜 그 표현이 문제인지 함께 짚어보는 대화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무심코 쓰는 신조어나 밈을 들었을 때, 화부터 내기보다는 “이 말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아?”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학교 차원에서도 혐오 표현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고, 교사가 이런 주제를 다룰 때 정치적 편향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육 당국은 근현대사 교육 비중을 확대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마치며

이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건, 아이들이 이미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면서도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필요한 건 처벌보다 먼저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라고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닐까요.

오늘 저녁, 아이가 쓰는 유행어 하나 붙잡고 그 뜻을 함께 검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작은 대화 한 번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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